필리핀의 문화 일당의 3분의 1을 별다방에 태우는 나라, 필리핀이 스타벅스에 환장하는 이유

필리핀에는 스타벅스 매장이 정말 많습니다 (한국도 많은데.. 한국은 신세계 이슈로 나락 ㄷㄷㄷ)
메트로 마닐라의 어느 몰에 가도 스타벅스는 가장 좋은 위치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이 항상
바글바글 합니다…
문득 흥미로운 의문이 생깁니다. 현재 마닐라 기준 필리핀의 하루 최저임금은 약 610페소 수준입니다. 그런데 스타벅스 커피 한 잔 가격은 보통 200페소 안팎이죠. 하루 종일 땀 흘려 번 돈의 무려 3분의 1을 커피 한 잔에 태우는 셈입니다.
소득 수준에 비하면 말도 안 되게 비싼 금액인데, 왜 현지인들은 스타벅스에 이토록 진심일까요?

1. 밥은 굶어도 '인생샷'은 못 참지! (개꿀 남는 장사)
"다른 거 살 돈은 없지만, 커피 한 잔 값으로 한 달 치 SNS 피드를 뽑아낸다?"
어쩌면 이들에게 스타벅스는 세상에서 가장 가성비 좋은 투자일지 모릅니다. 200페소짜리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앞, 뒤, 좌, 우 각도별로 사진을 찍어둡니다. 그리고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 몇 주 동안 나눠서 올리는 거죠.
원두의 깊은 풍미나 맛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사진 속에 슬쩍 걸린 '초록색 인어 로고'와 **'내 이름이 적힌 컵'입니다. 주위 사람들의 부러움 섞인 "Sana all!"(나도 부럽다!)이라는 댓글과 '좋아요'를 받는 순간, 200페소의 가치는 수십 배로 뻥튀기됩니다.

2. 가난할수록 화려해지고 싶은 심리, '파시캇(Pasikat)'
집을 사거나 차를 사는 것은 평범한 직장인에게 평생 불가능에 가까운 현실입니다. 거대한 미래를 위한 저축 대신, 이들은 오늘 당장 누릴 수 있는 가장 저렴한 사치를 선택합니다.
필리핀 문화에는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고 과시하고 싶어 하는 '파시캇(Pasikat)' 성향이 깊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주머니 사정은 가벼워도 겉으로는 여유 있어 보이고 싶은 체면 문화죠. 명품 가방은 못 들어도, 스타벅스 테이크아웃 컵을 들고 길을 걸으면 나도 모르게 '중산층'이 된 것 같은 달콤한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3. 지옥 같은 무더위 속, 200페소짜리 '피서지 자릿세'
또 다른 현실적인 이유는 필리핀의 낙후된 인프라와 날씨에 있습니다. 에어컨조차 마음 놓고 틀기 어려운 덥고 습한 환경에서, 스타벅스는 완벽한 대안이 됩니다.
빵빵한 에어컨, 깨끗한 화장실, 무료 와이파이, 그리고 안전한 환경. 커피를 마시러 간다기보다는 쾌적한 공간을 장시간 대여하는 '자릿세' 개념으로 접근하면, 이들에게 200페소는 마냥 아까운 돈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글을 마치며
음료가 아닌 '환상'을 파는 곳
결국 필리핀의 스타벅스는 커피라는 음료를 파는 곳이 아닙니다. 나 오늘 분위기 좋은 곳에서 여유 즐기는 트렌디한 사람이야"라는 이미지와 허세를 파는 곳이죠.
하루 치 노동의 가치가 커피 몇 잔으로 증발하는 현실 속에서도, 스마트폰 카메라 셔터 소리는 멈추지 않습니다. 씁쓸한 최저임금의 현실을 달콤한 자바칩 프라푸치노로 감추고 있는, 오늘날 필리핀 청춘들의 웃픈 자화상입니다.
